결국 ‘에너지 가격’에 달렸다. 올해 안에 수립을 목표로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제4차 배출권거래제(2026~2030년) 기본계획의 성패 말이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회의’를 열었다. 사진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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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김상협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제4차 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 가격에 전기요금이 반영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배출권 가격에 전기요금이 반영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기는 하다”고 말했다.

전기료 및 에너지요금 현실화는 고질적인 문제다. 초기 배출권거래제 설계 당시 유럽 등과 달리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 전기료 특성상 전기 사용 억제 유인 요소가 약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값싼 전기료는 이를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경매 활성화 등 시장 기능 강화해야 =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자가 배출량에 비례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약 73%를 관리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기업(할당업체) 마다 감축 목표량이 있고 목표량만큼 감축하지 못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문다. 반대로 목표량을 초과하면 그만큼 배출권을 시장에 팔 수 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간접배출 부분이 있다. 간접배출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급된 전기나 열을 사용하면서 나오는 온실가스 양이다.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료로 인한 문제를 상쇄하기 위해 도입된 측면이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인 다른 주요국들의 전력·에너지시장은 대부분 자유화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경매 비중도 높아 배출권 비용 상승에 따른 시장 가격 전가가 가능하다.

탄녹위는 2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발제를 한 김재윤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과장은 “산업계의 감축 여력이나 배출권거래제의 배출허용총량(CAP) 관리 수준으로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 배출허용총량은 탄소중립 목표가 설정되기 전에 마련돼 강화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0% 감축)가 아닌 종전 목표(2018년 대비 26.3% 감축)와 연계돼 느슨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출허용총량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연계해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권 가격에 반영되게 하고 기술 개발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해야 한다”며 “나아가 향후 수립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계해 배출권거래제 가격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향적으로 시장에 임하는 자세 필요” = 배출권거래제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다.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면 기업들은 당연히 시설 개선 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 진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온실가스 추가 감축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낮아야 직접 감축에 투자가 이뤄진다.

2023년 할당배출권(KAU23) 가격은 톤당 8000원대를 보이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일 KAU23 종가는 8900원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가격으로는 기업들의 탄소 감축 투자를 유인하기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가격에 비해 우리나라 배출권 가격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산업조사기관인 블룸버그NEF는 EU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이 10년 내 톤당 146유로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EU의 기후 목표가 유지된다면 2035년에는 톤당 200유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승직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강조하는 데, 과학적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며 “지금의 과학이냐, 미래의 과학이냐 따져 보고 거기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좀 더 전향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