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쯤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대다수 시민들은 경량 점퍼나 얇은 외투를 입고 있었다.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예년 같으면 찬 바람이 매섭게 불었을 12월이지만 올해는 예상 밖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주민 30대 여성 박모씨는 "집에서 패딩을 입고 나왔다가 땀이 나서 코트로 갈아입고 나왔다"며 "이른 봄 날씨 같아서 산책하기 딱 좋다"고 말했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의 62개 지점 중 58개 지점이 역대 12월 일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일반적으로 20도가 넘으면 초여름인 4~5월이나 가을인 10월 날씨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일 최고기온을 경신한 58곳 가운데 21곳이 20도를 넘었다.

포근한 날씨의 원인으로는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엘니뇨 현상'이 꼽힌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높게 유지되는 기후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이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28.6도로 평년보다 1.8도 높았다. 바닷물의 온도가 오르면 그 영향으로 대기(공기)의 온도도 오른다.

이상고온에 이어 한 겨울에 때아닌 호우도 쏟아졌다. 전날 강원 강릉시에 하루 만에 91.2㎜의 비가 내리면서 1934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12월 일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강원 영동에는 호우 특보가 발효됐는데 이는 기상청이 특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처음이다.겨울에 비가 내린 이유는 중국에서 발달한 강한 저기압이 남부 지방을 통과하면서 서해의 많은 수증기를 끌고 왔고 고온다습한 남동풍도 유입됐기 때문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전라·경상권은 저기압에 동반된 강한 비구름대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동해안 지역은 추가로 남동풍이 불어 들면서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안영환 숙명여대 기후에너지학과 교수는 "굉장히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원인은 지구온난화"라고 밝혔다. 그는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르는 속도가 가속화되고 이상기후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주말까지 롤러코스터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3일 전국에 비가 온 뒤 점차 기온이 낮아져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다만 오는 14일과 15일에는 남쪽에서 저기압이 다가오면서 다시 기온이 오르는 가운데 전국이 흐리고 비가 내리겠다. 이 비가 그친 뒤 주말인 오는 16일부터 또다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영하권 추위가 전망된다.

양윤우 기자 ([email protected])

오석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