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역적인 기후변화로 국민의 생명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후소송의 첫 공개변론이 시작됐다.

약 5시간가량 진행된 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법령·시행령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현저히 미흡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온실가스 목표를 위한 현실적 목표를 이행하는 데 노력해 왔다고 맞섰다.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구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42조 1항 1호 등의 위헌 확인 사건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기후소송 공개 변론이 열린 것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 "어릴수록 기후위기 가중" 경고…"온실가스 감축 목표 위헌"

청구인 측은 구 녹색성장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8조 1항 및 동법 시행령 3조 1항,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을 토대로 설정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탄소예산을 한국이 이르면 2030년 이전, 늦어도 2030년대 중반에 소진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먼저 짚었다. 탄소예산이란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말한다.

청구인 측은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2021년도 계획에서 배출 책임이 많은 산업 부문 감축률을 5분의 1이나 줄였다"며 "'오염자 책임 원칙'에 반해 감축이 불확실한 부문으로 감축 목표를 이전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3%에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를 적용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산업·경제에도 이익"이라며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상품) 가격이 올라 수출이 줄고 재생에너지 확보가 가능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등 경제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31년 이후 탄소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감축 목표 불이행시 정부와 국회 누구도 헌법적·법률적·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아 2020년 목표를 이행하지 않고 방기한 사태의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이에 더해 "1950년에 태어난 사람은 10년마다 0.12도의 기온 상승을, 1980년에 태어난 사람은 0.19도의 기온 상승을 경험했다"며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기후위기가 가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기성세대는 화석연료를 태워 대단한 편익을 누렸다"며 "미래 세대는 우리가 지금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편익은 없이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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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 헌법소원 공개변론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린이가 빠른 판결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기후 소송’에 대한 첫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2024.4.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정부 "탄소중립 위해 모든 수단 동원…즉각적 감축은 부담"

이해관계인인 국무조정실장 및 환경부 장관 측은 "정부는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동참해 '2050년 탄소중립 사회 구현'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행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중"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에너지 소비가 많고 경제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이 중심이어서 즉각적 감축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탄소 배출 감축은 이상적 목표 수립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한 목표 이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 경쟁력 약화, 고용불안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발생하지 않은 미래 기후재난 발생 가능성만으로 청구인들이 현재 구체적·직접적으로 생명권을 침해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인 안영환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2030년, 2050년 목표는 선진국 수준에 비해 결코 약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일부 (감축) 수단의 불확실성은 있고 그런 부분들은 보완 가능성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