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신·증설에 반대 목소리 커, 불투명한 행정 처리도 논란... 해결 방안은
수도권이 직면한 '소각장 건립' 문제가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 2021년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고시하며 2026년부터 수도권 매립지 내 직매립을 금지할 것이라 밝혔다. 생활폐기물을 소각 없이 매립하는 현 상황과 달리 2026년부터는 모두 재활용 혹은 소각한 후 소각재만 매립할 수 있게 된다. 2년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수도권 지자체는 소각장을 신설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극한에 치달은 '소각장 신·증설'… 위기의식으로는 역부족
2022년 7월 1일 매달 50t 이상의 가연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수도권의 10개 시(서울시·인천시·경기도 8개 시)는 환경부로부터 지자체장 임기가 끝나기 전 소각장 신설을 마무리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봉착했다.
인천시는 영종 주민의 거센 반발로 2022년부터 추진 중인 소각장 조성 사업에 대한 8차 입지선정위를 무기한으로 중단했다. '영종국제도시 소각장 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주민들은 '영종 소각장 결사반대'·'소각장 NO' 현수막과 함께 차량 시위를 벌였고 소각장 반대 서명 활동 등을 통해 소각장 신설에 대한 강한 반발 의지를 드러내왔다.
경기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경기도 내 계획된 소각장 신설 후보지 곳곳에서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성시의 경우 주민들의 철회 신청서로 소각장 500톤 설치 사업 유치 신청 지역 중 2곳이 모두 철회되어 입지선정 과정이 중단된 상태이며 부천시도 거센 주민 반발로 입지 선정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부천시는 지난해 3월 광역소각장 단독화를 결정하여 입지 선정 공고를 추진했으나 신청은 전무했다. 이러한 탓에 부천시가 지금부터 건립 작업에 속도를 올리더라도 2030년에나 소각장이 신설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시는 정부 차원의 직매립 금지 유예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26년에 완공되어 제 기능을 하는 소각장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소각장의 부재로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던 하루 약 120t의 쓰레기가 갈 곳을 잃게 된다면 2015년의 '쓰레기 대란'이 재현되고 말 것이다.
소각장 건립 결사반대를 외치는 주민들
갈등의 골이 두드러지는 곳 중 한 곳은 마포구다. 서울시는 2023년 8월 '제19차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옆 상암동 481-6 등 2개 필지를 신규입지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 광역 쓰레기 소각장 입지는 ▲마포(750t) ▲노원(800t) ▲양천(400t) ▲강남(900t)인데 추가로 마포구에 1000t에 달하는 소각장이 건립될 예정이다. 1000t의 소각장이 신설되어 2027년부터 가동되는 대신 기존의 750t 소각장은 2035년에 폐쇄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그러나 상암동 주민의 소각장 건립 백지화 요구가 만만치 않다.
지난 2023년 10월 방문한 상암동 일대는 소각장 건립 백지화를 외치는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형형색색의 현수막은 하나같이 소각장 건립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마포구의회 앞에는 마포 소각장 추가건설 반대 다자협의체 본부가 세워졌다. 주민과 시의 감정이 격화되는 가운데 서울시의 계획대로 소각장 건립이 진행될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 됐다.
비공개적 비민주적 입지선정
주민, 전문가들은 시의 불투명한 행정 처리를 주민 반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마포구 상암동 주민 성아무개씨(52)는 지난 10월 취재팀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입지선정 과정의 배점표에서 일관성이 없고 자의적인 배점 기준이 문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마포구를 제외한 입지 후보지가 어디였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와 '왜 마포구가 최적의 입지인지'에 대한 설명도 충분치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난 10월 12일 취재진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숙명여자대학교 행정학과 차용진 교수는 "행정의 투명성 결여와 비공개 입지선정 자체가 문제"라며 결국 이번 사건과 같이 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설을 수립한 혐오시설을 건설에 대해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 중요한데, 충분히 논의되지 않음에 따른 비민주적 과정"의 특징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지선정 문제와 같이 주민과 밀접한 사안이 비공개적으로 진행돼 주민이 적극적 참여자로 참여할 수 없었고, 정부 중심의 접근"이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해당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는 꼴을 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취재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상암동 주민 A씨(39)는 "정보 공개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서울시에 대한 민원을 넣어봤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 합당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라며 "안전한 시설이고, 서울시에서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서 공정하게 결정한 사실"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음에 불만을 토로했다.
상암동에 10년째 거주 중인 B씨(55) 역시 직접 신청한 민원에 대하여 "'진행 중인 과정으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믿어주세요'라는 식의 답변만 받았다"고 주장하며 "5개의 후보지가 다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내비쳤다.
"좋은 쓰레기 소각장이 가능한 건가요?"
해외에 쓰레기 소각장이 긍정적으로 탈바꿈된 사례도 존재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쓰레기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가 대표적이다. 쓰레기 소각 시 발생하는 고열을 고압증기로 변환해 전기를 생산하고 온수를 끓이는 열병합발전소의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